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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정신없이 지나간 시간, 친정 가족들과 함께한 뉴질랜드의 한 달

by Joy_Tanyo_Kim 2019.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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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어느새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이 일상 가운데 친정 엄마와 언니, 조카들이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른지요. 정말 놀랍도록 기쁨이 넘치는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벌써 한 달째 현지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있는데 매일 등하원 시키는 것이 생각보다 일이더라고요 ^^;; 어린이집(프리스쿨)이 집에서 차로 25분 거리에 있어서 드라이브 제대로 하는 중입니다.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아침이면 거실 커튼을 열고 도시락을 마무리하죠. 뉴질랜드는 급식문화가 없는 곳이라서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가릴 것 없이 모든 아이들은 도시락을 매일 준비해야합니다.

 

점심식사 외에도 모닝티, 애프터눈티라는 문화가 있었는데요. 쉽게 말하자면 밥과 밥 사이에 먹는 간식(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간혹 어떤 학교나 어린이집에서는 모닝티 도시락도 준비를 해오라고 하는데요. 다행히도 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에서는 모닝티와 애프터눈티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쿠키나 머핀, 다양한 과일들이 나옵니다. 둘째 조카는 이런 간식을 너무 배부르게 먹어서 오히려 점심 도시락을 종종 남겨오는 편입니다 ^^;; 

 

사실 매일 매일 글을 써서 올리고 싶었는데요. 일하면서 살림에 나들이에 아이들까지 챙기려니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사진 정리를 어느 정도 했기에 큰 맘 먹고 오늘 글을 쓰고 있답니다. 여러분들은 모두 잘 지내고 계신가요? 

 

 

세 모녀의 간단한 아침식사

엄마, 언니와 함께한 아침식사입니다. 식빵 3장 굽고 아메리카노와 스팀우유, 모로코식 치킨 샐러드 준비해서 간단하게 먹었습니다. 단촐한 식사지만 함께라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뉴질랜드에서는 그리스식 샐러드나 모로코식 샐러드, 그 외에도 다양한 중동 스타일의 샐러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음식에 비해 가격이 워낙 비싼 편이라 저는 보통 집에서 만들어 먹습니다. 

 

 

K마트에서 쇼핑카트에 누운 막둥이와 재롱(?) 떠는 친정엄마

언니가 이 곳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아이들의 옷을 사는 일이었던 것 같네요. 한국과 계절도 맞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지난번 방문 때 아이들의 옷을 꽤 저렴하게 많이 구입했던 기억이 있었던 언니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곳에 왔어요. 아이들이 뉴질랜드의 넓고 푸른 땅 위에서 신나게 뛰어 놀면서 구멍을 숑숑 내도 아깝지 않을 옷으로 여러벌 구입했습니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귀한 닭볶음탕

처음 일주일 정도는 제가 더 많이 요리를 했던 것 같아요. 엄마도 엄마 주방이 아니니 익숙하지도 않고 제 눈치를 조금 보시기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주방의 엄마의 영역이 되었답니다^^

 

 

이제 주방 곳곳 어디에 어떤 재료가 있는지 저보다 엄마가 더 잘 아실만큼 엄마가 주방을 꽉 잡았습니다. 덕분에 저는 요즘 홈스테이하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답니다. 다른건 몰라도 식사 준비 부분에서는 큰 도움을 받고 있어요. 

 

 

세 모녀의 점심식사

삶은 브로콜리, 멸치볶음, 오이 장아찌, 전날 싸고 김밥 싸고 남은 단무지와 우엉지, 마른 멸치와 고추장입니다. 아, 달걀프라이도 하나씩 먹었네요. 마른멸치에 고추장 찍어 먹는게 뭐가 그리 맛이 좋으신지, 엄마는 한 달째 저 반찬을 입에 달고 사십니다. 덕분에 기약없이 냉동실 구석에 박혀 있던 멸치는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신랑이 멸치를 포함한 대부분의 비린내나는 해산물을 싫어하다보니 육수를 멸치로 낼 일도 전혀 없었는데요. 아는 분이 육수용 큰 멸치 1박스를 주셔서 어쩔 수 없이 생긴 멸치였거든요. 아마 이 멸치의 임자가 저희 엄마였나봅니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막둥이를 재우는 친정 엄마

언니의 막내아들, 저의 다섯 번째 조카 우리 땡땡이는 이제 겨우 생후 5개월에 접어드는 아기입니다. 아직 뒤집지도 못하는 땡땡이가 할 수 있는 놀이는 그저 눈을 맞추는 것, 흔들리는 물건을 보는 것, 어른들의 재롱을 보는 것인데요.

 

그 중에서 가장 큰 재롱을 선사하는 것은 역시나 할머니인 저희 엄마입니다. 저희도 저렇게 키우셨겠죠? 하루종일 쉬지 않고 재롱을 떨고 놀아주시는데, 지치지도 않으시는지.. 참 대단합니다. 역시 할머니는 강한 것 같아요. 이 모든 것이 부질없는 것은 아닌 것이 땡땡이가 다른 사람을 보고는 잘 웃지 않는데 할머니는 눈만 마주쳐도 좋아 죽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벌써 사람을 알아보더라고요 ^^ 

 

 

첫째 조카의 재능기부, 종이접기

올해 6살, 만 5세인 첫째는 손재주가 굉장히 좋습니다. 참 조곤조곤하고 감성적인 성격의 녀석인데 워낙 활발하고 거침없는 둘째의 영향으로 성향이 많이 변해가고 있는 중이죠 ^^;; 그래도 타고난 성격은 감출 수 없는지.. 이렇게 혼자 집중해서 하는 일을 또래보다 조금 더 잘하는 것 같습니다. 현지의 어린이집에는 종이접기를 할 줄 아는 아이들이 정말 하나도 없어서 사람들이 모두 신기하게 보더라고요. 

 

제 TV 앞과 냉장고에는 어느새 첫째가 선물해준 멋진 종이접기 작품들로 가득해졌습니다. 이모를 위해 만들었다고 선물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아마 아이들이 돌아가더라도 오래오래 간직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 등원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매일 만나는 만년설

크라이스트처치는 평지로 유명한 곳입니다. 구불구불하고 높은 곳이 많은 뉴질랜드지만, 치치는 그렇지 않죠. 이런 치치에도 나름 높은 곳이 몇 군데가 있는데요. 산이나 언덕을 제외하면 사진 속의 고가도로 같은 곳입니다. 제가 아는 곳은 딱 3군데가 있는데 여기가 가장 산이 잘 보이는 곳이에요.

 

 

날씨가 워낙 좋고 공기가 깨끗해서 저 멀리 산이 참 가깝게 보이지만, 생각보다 굉장히 멀고 먼 산입니다. 산맥을 따라 하얗게 수놓은 만년설은 이 곳을 지날 때마다 제 기분을 참 기쁘게 만들어 줍니다. 물론 겨울의 끝자락이라 눈이 조금 더 쌓인 것도 있지만 산 봉우리의 눈은 여름에도 녹지 않습니다. 그저 매일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음에 참 감사하죠. 

 

 

매일 매일 어린이집 게시판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모습

매일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이 어린이집 게시판에 붙습니다. 어느새 저희 아이들의 모습을 찾고 있는 저는 역시 이모입니다. ^^ 아이들이 어떤 것을 공부했는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알려주는 공간이에요. 더 많은 사진은 매일매일 페이스북을 통해서 공유되고 있답니다. 

 

 

정원 레몬 나무에서 아이들과 함께 수확한 레몬

레몬을 100개는 딴 것 같네요. 365일 얼마나 잘 자라는지..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서 레몬을 함께 땄는데.. 따다보니 엄청나게 땄습니다. 요리할 때 사용할 레몬은 때마다 따면 되니 일단 딴 것은 모두 레몬청을 담았어요.

 

양이 워낙 많아서 두 번 나눠서 만들었는데 무려 6L의 레몬청이 나왔답니다 ^^;; 여기저기 선물도 하고 어린이집에도 보내고 저희도 든든하게 먹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3L가 남아 있답니다. 아마 두고두고 먹을 것 같네요. 그래도 아이들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니 기뻐요. 

 

 

엄마가 도토리 주워서 만들어주신 진짜 도토리묵

동네에 공원이 하나 있어요. 보통 학교 운동장보다 훨씬 큰 꽤 큰 규모의 공원인데요. 가로수가 모두 도토리 나무입니다. 잠시 산책을 다녀온 엄마가 도토리를 몇 봉지를 주워왔더라고요. 도토리를 까고 씻어서 갈고 끓이더니 어느새 맛있는 묵이 되었습니다. 엄마는 참 대단해요. 

 

맛있는 묵밥으로 아침을 먹고 점심에는 도토리묵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후에도 2번을 더 주워 오셔서 묵을 만들어 주셨어요. 묵 가루로 만든 것과는 확실히 맛과 식감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맛있었어요. 

 

"너희 이거 어디다 써? 한국인만 이거 주워 가더라. 어떻게 먹어?" 라고 몇 번이나 외국인들이 엄마와 언니에게 물어봤다고 해요. 어느 나라 사람들도 도토리를 먹지 않는다고 하네요. 중국인도 먹을줄 모르는 도토리랍니다. 한 번 먹어보면 정말 반할텐데 말이죠. 

 

 

빅토리아 파크의 놀이터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7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치치의 언덕 '캐시미어 힐'에 있는 '빅토리아 파크'에요. 날씨가 좋고 바람이 없으면 아이들 하원시키는 길에 들러서 잠시 놀다가 집으로 갑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그저 함께 뛰어 주는 것만으로 아이들은 행복과 사랑을 온 몸으로 느껴요. 

 

 

하원하는 길에 이모부를 기다리며 남은 도시락 까먹기

시티에 위치한 신랑의 학교는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과 고작 6분 거리에 있어요. 굉장히 가까워서 일주일에 두세번은 제가 신랑과 아이들을 함께 드롭하고 픽업합니다.

 

 

그 중 한 번은 신랑 수업이 마칠 때까지 아이들을 데리고 주차장에서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요. 이 때 아이들은 도시락에 남은 음식을 챙겨 먹습니다. 얼마나 맛깔나게 먹는지요. 뺏아 먹고 싶을만큼 맛있게 먹습니다. 

 

 

엄마가 차려주신 만찬입니다. 저녁으로 먹은 돼지 수육이에요. 제가 만든 것보다 몇 배는 맛있는 맛입니다. 이렇게 엄마가 해주는 밥 매일 먹고 싶네요 ^^ 엄마의 손길이 고마우면서도 떠날 것을 알기에 아쉬운 하루하루입니다. 

 

 

햇살 좋은 날 동네 공원에서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입니다. 너무 여유로운 뉴질랜드의 일상에 바쁘게 살다오신 엄마는 심심함을 느끼시는 듯 보였지만, 저는 그냥 그저 좋습니다. 엄마가 내 곁에 계셔서, 엄마의 볼을 쓰다듬을 수 있어서, 엄마를 안아볼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멀리 떠나온 막내는 엄마의 늙어가는 모습이 그저 아깝고 안타깝고 속상하네요. 남은 한 달의 시간이 최대한 늦게 흐르기를 바랄 뿐이에요. 어서 정착해서 일년에 6개월은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입니다. 3개월은 엄마가 뉴질랜드에 오시고.. 3개월은 제가 한국으로 놀러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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