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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삶나눔

뉴질랜드에서는 그릇 하나 쉽게 버리지 않아요.

by Joy_Tanyo_Kim 2019.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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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물건을 쉽게 버렸었던 것 같아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서 새 것을 사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죠. 인터넷을 통해 중고 물건 거래도 간혹 있었지만, 보통 생활하면서 필요한 사소한 것들은 새 것을 구입했던 것 같아요.

 

뉴질랜드에 처음 왔을 때 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던 적이 참 많았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중고에 대한 인식이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 중고물건(작은 식기부터 옷, 신발, 가전, 가구에 이르기까지)을 거래하거나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30% 이하라면, 이 곳은 90% 이상의 사람들이 중고 거래를 통해서 모든 살림을 꾸리는 것 같습니다.

 

 

게라지세일

치치(크라이스트처치)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네에 흔하게 있는 '세컨핸드샵(중고물건판매점/규모가 왠만한 대형마트 크기에요)'이나 '게라지 세일(개인이 자신의 집 차고에서 벼룩시장을 여는 것)', '리카톤 선데이마켓(매주 일요일마다 리카톤 공원에서 열리는 중고장터)', 트레이드미,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 중고물건을 거래합니다.

 

 

리카톤 선데이마켓
리카톤 선데이마켓

리카톤 선데이마켓은 규모가 굉장히 큰 편인데 중고물건은 물론 먹거리와 식재료, 새제품 등도 함께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리카톤 선데이마켓

묶음으로 판매하고 있는 당근과 브로콜리가 보입니다. 이런 마켓에서 판매하는 야채나 과일은 모두 농부들이 농장에서 직송으로 가져오는 제품입니다. 보통 유통업자 없이 농장 주인이 직접 나와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꽃을 판매하는 곳도 종종 있습니다. 이런 꽃들은 꽃 농장에서 재배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자신의 가든에서 직접 키워서 소소하게 장사하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리카톤 선데이마켓

요즘은 치치의 봄이라 모종을 판매하는 부스가 많아졌습니다. 지금 열심히 심어야 여름과 가을이 풍성해지겠죠. 저도 초봄에 굉장히 많이(제 나름대로) 심었는데, 갑자기 이사를 가려니 막막하네요. 통이나 화분에 심은 것들은 그대로 들고 가면 되지만, 땅에 심은 것들은 이제 뿌리 박고 힘있게 자라기 시작했는데 다시 뽑아서 옮기려니.. 풀떼기한테도 할 짓이 아닙니다 ^^;; 

 

 

물론 이 곳에 살고 있는 한인들도 현지인들과 마찬가지로 저런 경로를 통해서 중고 거래를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비율이 높은 것은 역시 카톡방 거래입니다. 치치에도 치치한인카톡방이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있는데 저는 '무물방(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나눔방(중고거래전문)'에 들어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 좋은 정보나 좋은 물건들을 서로 주고 받는 것 같네요.

 

이번에 갑작스러운 이사를 하게 되면서 저도 지금 물건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공간은 바로 주방인데요. 작년에 이 곳으로 이사온 뒤 지금까지 한 번도 쓰지 않고 수납되어 있었던 그릇들을 모두 꺼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하나씩 찍어서 가격을 붙이기 시작했어요. 

 

 

이번에 제가 올렸던 첫 번째 주방용품입니다. 

이런 식으로 사진을 찍어서 '나눔방(한인카톡방)'에 올리게 됩니다. 뉴질랜드 1불은 한화로 약 760원입니다. 사용감이 꽤 있는 경우에는 보통 무료나눔으로 올리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서 굉장히 좋은 물건도 무료로 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소한 가격을 붙여서 거래를 하는 편이에요. 

 

 

처음 올렸던 판매 카톡 / 남은 것 다 모아서 다시 무료나눔 했던 카톡

이렇게 올리면 보통 무료나눔의 경우 서로 가져가려고 하는 편이고요. 저같은 경우에는 가격을 붙인 것 중에서도 반응이 없고 안나가는 물건이 있으면 그런 것들은 모두 모아서 한 번에 더 저렴한 가격을 붙여서 묶음으로 다시 팔거나 아예 무료로 다시 올립니다. 

 

 

경쟁력 있는 좋은 물건일 때는 카톡에 몇 초만에 수십명에게 오기도 합니다. 뭐, 이번에는 그리 경쟁력 있는 물건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정신없이 카톡이 오지는 않았었어요. 작년에 이사올 때도 이렇게 물건을 정리했었는데 그 때는 좋은 물건들이 꽤 많아서 정말 정신없을만큼 연락이 많이 오시더라고요. 이렇게 연락이 많이 올 때는 보통 가장 먼저 카톡 주신 분께 드립니다. 나머지 분들에게는 다 팔렸다는 답장을 다시 보내는거죠. 죄송을 담아서 ^^;; 

 

 

 

이런 카톡방은 하루에도 수십번 이런 글들이 올라옵니다. 그릇, 옷, 가전, 가구, 모종, 음식(개인이 만들었는데 양이 많을 경우 나눔) 등 아주 다양한 거래가 이루어지죠. 치치에 살고 있는 한인은 대략 3천명(지진 이후 크게 줄었었으나 다시 많이 늘었다고 해요. 시민권자, 영주권자, 워크비자, 워홀 모두 포함한 대략의 숫자입니다)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치치의 한인사회는 굉장히 아담한 규모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한인들이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한국의 벼룩시장, 바자회와 가장 비슷해보이는 이 곳의 중고 문화. 여러분들이 보시기엔 어떤가요? 힛, 저희는 이 곳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요즘 이사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즌인데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저희가 아무쪼록 좋은 집으로 이사 잘 하도록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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